치기 어린 청춘, 오늘의 젊음을 기록하는 아티스트 RYE
첫 EP <YOUTH DOCENT>
안녕하세요. 김형표, 그리고 RYE를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김형표는 그냥 인간 김형표예요. 제가 살아오면서 했던 생각들이나 겪었던 사건들을 음악적으로 잘 표현해내고 싶은 캐릭터가 RYE고요. 저는 그저 음악을 좋아하고 취향이 확실한 사람 중 하나인데, 그것을 좀 더 음악적으로 표현해내는 게 RYE라는 음악가인 것 같아요.
'RYE' 라는 이름은 어떤 이야기를 갖고 있나요?
저희 할머니 성함 끝 글자가 ‘례’예요. 어릴 때, 할머니가 저를 굉장히 많이 예뻐하셨어요. 방학이면 할머니 댁에 가서 시간을 보냈고요. 솔로 프로젝트의 이름을 만들어야겠다 생각했는데, 문득 뿌리가 있는 이름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침 할머니 성함의 ‘례’라는 글자가 굉장히 예쁘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름을 RYE 라고 짓게 되었어요.
그런데, RYE라는 이름을 많은 사람이 ‘라이’라고 읽더라고요. 실제로 ‘호밀’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이기도 했고요. 재미있게도, 제가 좋아하는 소설 중에 ‘호밀밭의 파수꾼’이라는 책이 있어요. 뭐랄까요, ‘례’와 ‘RYE’, 그리고 ‘라이’ 사이를 관통하는 지점이 생긴 거죠. 여담이지만, 제가 호밀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RYE (라이)’라고 짓게 되었어요.
‘호밀밭의 파수꾼’이 왜 좋았어요?
한 2~3년 전쯤 읽은 책이에요. 제가 처음 발매한 앨범의 이름이 ‘YOUTH DOCENT’잖아요. 책의 메시지와 되게 잘 맞닿아 있어요. 책의 주인공이 “호밀밭에서 뛰놀던 아이들이 절벽 아래로 떨어지지 않게 붙잡아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라고 말하는데, 그게 ‘YOUTH DOCENT’의 메시지와 굉장히 비슷했어요. 순수함을 잃지 않는 어른이 되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거든요. 앨범 작업할 때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좋아요. 이어서 ‘YOUTH DOCENT’는 어떤 앨범인가요?
제가 지금보다 더 나이가 들었을 때, ‘YOUTH DOCENCT’를 다시 듣는다면 저의 젊은 시절을 음악으로 대변한 앨범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 기준에서, 제가 지금보다 더 나이가 들고 시간이 지나더라도 다시 들었을 때 젊은 시절이 통째로 생각나는 앨범이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만들었어요.
솔로 프로젝트로의 RYE의 앨범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언제부터 하셨어요?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생각을 했어요. 앨범의 곡들을 작업하면서 생각이 더 구체화가 되었고요. 솔로 프로젝트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생각만 하고 실행하지 못하고 있던 기간들이 있었어요. 내가 무얼 해야 하지? 어떤 음악을 해야 하지? 지금까지 음악활동 하면서, 결핍이었거나 갈망하고 있던 부분들이 있었더라고요. 이야기하지 못하고 있던 메시지들이 있었는데, 그것을 표현해야겠다라고 생각하면서 시작되었어요.
해답을 조금씩 찾기 시작한 건, 올해 초 3월쯤이었던 것 같아요. 3월 말에 트랙 GREEN을 만들고, 이건 지금이 아니면 발표할 수가 없고 지금이 아니면 시작할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날짜도 기억나요. 3월 30일에 GREEN을 만들었더라고요.
RYE - 'GREEN' M/V
앨범 ‘YOUTH DOCENT’에 포함된 3곡으로 첫 솔로 앨범을 발표하셨죠. 수록된 세 곡에 대해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GREEN’은 치기랄까요, 젊을 때만 할 수 있는 패기를 담고 싶었어요. 예를 들어 날씨가 좋으면 그 즉시 한강에 놀러 갈 수 있는 것처럼, 현실의 압박을 벗어나서 그저 뛰어놀 수 있는 시기를 담고 싶었어요. 젊으니까 할 수 있는 행위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GREEN’이라는 푸릇푸릇한 시절을 사람들이 잘 간직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만든 트랙이에요.
‘Ours’는 현실을 도피하는 청춘들의 이야기예요. 요즘 주변에 결혼하는 친구들 이야기가 많이 들려요. 듣다 보면, 집은 얼마여야 하고, 식장은 얼마여야 하고, 하는 이야기들이 많이 들려요. 순간 숫자가 필요한가?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숫자와 상관없이 그냥 우리만의 세상으로 가면 안 될까? 하는 생각에 만든 곡이에요. 사회에 만연한 숫자들에서 벗어나서 그저 좋아하는 사람이랑 노을 지는 바닷가에 앉아 있으면 행복하겠다, 그런 세상으로 가고 싶다, 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낭만적인 곳으로 도망가자는 이야기죠.
‘Falling Dreams’는 실제 꿈에서 착안한 노래인데요. 어릴 때, 성장통을 겪을 때면 떨어지는 꿈을 많이 꾸잖아요. 키 크는 꿈이라고도 많이들 이야기하죠. 제 10대, 20대를 돌아보면 고난과 역경이 다소 많았던 것 같아요. 지금 돌아보면, 그 경험들이 막연히 나쁘지만은 않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배운 게 많았거든요. 성장통을 겪으면, 내가 조금 더 크고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 생각으로, 떨어지는 꿈을 주제로 가져왔어요.
RYE - 'YOUTH DOCENT' (Acoustic Ver.) Live
소개해 주신 3곡이 다음 발매될 정규앨범에도 수록될 예정이죠?
네, 맞아요. 아직 3곡밖에 없어서, RYE의 세계가 어떤 세계인지 감이 오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굉장히 추상적인 표현들도 많고요. 정규앨범은 조금 더 직접적인 표현들도 있을 것 같고, 공개된 곡들보다 훨씬 다양한 부분이 많을 것 같아요. 미처 하지 못한 이야기들도 있고, 장르적으로도 더욱 다양할 것 같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RYE의 곡이 아직 3곡뿐이죠. 많이 이른 시점이긴 하지만 RYE의 음악을 지금의 시점에서 정의한다면,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장르적으로는 굉장히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게 될 것 같아요. 특정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장르 간의 낯섦을 허무는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더불어서 여러 장르 안에서 편하게 들을 수 있지만, 그 안의 메시지가 가볍지만은 않은 음악을 하는 싱어송라이터가 되고 싶어요
RYE가 이야기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우선 사랑에 대해서 다양한 범위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제가 좋아하고 아끼는 것들에 대한 메시지가 될 수도 있고, 연인한테 하는 메시지가 될 수도 있고, 가족한테 하는 메시지가 될 수도 있고요. 더불어서 사회적인 메시지, 제가 관심을 갖고 있는 영역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어요. 그렇다고 해서 어떤 사회 현상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싶지는 않고요. 비유라던가, 다른 표현을 통해서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요. 그리고 젊음과 청춘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어요. 제가 지금보다 더 나이가 들었을 때와 지금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분명히 다를 테니까요. 지금, 현재에 받아들이고 느끼는 것들을 표현하고 싶어요.
대학교 때 음악을 전공했다고 알고 있어요. 언제부터 음악을 업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중학교 2학년 때였던 것 같아요. 많이들 배우셨을 텐데, 저도 어릴 때 피아노를 배웠었어요. 어느 날, 동생이 학교를 다녀왔는데 화난 채로 온 거예요. 왜 그러니, 물어봤더니 선생님께 혼났다고 하는 거죠. 그때 동생을 달래주기 위해서, 즉흥적으로 앞에 있던 악보에 가사를 붙여서 불렀어요. “선생님 바보” 이런 식으로요. 그랬더니 동생이 굉장히 좋아하는 거예요. 그때, 이거 되게 재미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제가 4살 때였을까요? 어릴 때 사진 보면, 가수들이 하는 인이어를 따라 하겠다고 볼에 무언가를 붙인 사진이 있어요. 제가 그때 코요태를 굉장히 좋아했거든요. 볼에 인이어 따라 한 무언가를 붙이고 코요태 노래를 틀고 춤을 추었던 기억이 있어요. 어릴 때부터 음악에 대한 관심이 있었나 봐요.
그 이후로는 여러 음악업 중에서도 작곡가가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대학도 음악을 전공하게 되었죠. 학교를 다니다가, 문득 내가 만든 노래를 내가 부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음악을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창작자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다른 이들보다 ‘이야기하고 싶은 욕구’가 강한 건가? 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 RYE는 어떤가요?
저는 원래 듣는 걸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주변 친구들 이야기를 많이 듣는 편이고요. 그래서일까요? 음악적으로 표현할 때는 더 과감하게 제가 하고 싶은 걸 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가사로 제가 하고 싶은 모든 이야기를 할 수는 없잖아요. 하고 싶은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잘 정리해야 듣는 사람한테도 그게 와닿는 것이니까요. 생각했을 때, 그 방법이 꼭 가사나 멜로디가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곡의 분위기라는 게 있기 때문에, 인스트가 주는 효과도 확실히 있다고 느끼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발매한 3곡에도 연주 구간들이 들어가 있어요. 저는 연주 구간에 제 이야기를 많이 묻혀놓는 스타일이더라고요. 보면, 꼭 가사가 아니더라도 악기 연주에 제 이야기를 묻혀 놓듯이 그 모든 게 창작적인 욕구에 있는 것 같기는 해요.
인터뷰를 위해서 형표 님, 또는 RYE에 대해 많이 찾아봤어요. 드러나 있는 정보가 많이 없더라고요. 유일하게 하시는 인스타그램도 활발한 편은 아니고요. 형표 님의 성향인가요?
제가 SNS를 습관처럼 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사진도 많이 찍어두는 스타일이 아니고요. 셀프 카메라 같은 경우엔, 진짜 못 찍어서 아예 안 찍는 경우도 많아요. 평소에는 집이랑 작업실만 다니다 보니까 찍을 사진이 많이 없기도 해요.
그럼에도, 인터뷰를 하자고 했을 때는 흔쾌히 좋다고 하셨어요. 인터뷰는 왜 하고 싶으셨어요?
이번 앨범의 볼륨이 정규처럼 크지 않다 보니까,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없었어요. 당시에는 정신이 없어서 깨닫지 못했는데, 이제 보니 앨범에 대해 소개를 남긴 게 전혀 없더라고요. 앨범이 발매된 지 어느덧 3개월이 지났는데, 돌아보니 아쉬웠어요. 당연히 발매에 맞춰서 인터뷰를 했다면 좋았겠지만, 지금도 늦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저에 대한 소개와 앨범에 대한 소개를 기록해 놓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인터뷰를 하게 되었어요.
RYE와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주셔서 감사해요. 이번에는 조금 다른 질문을 해볼게요. 요즘 읽고 있거나, 최근에 읽었던 책이 있으세요?
릭 루빈의 ‘창조적 행위 : 존재의 방식’이라는 책을 두 번째 읽고 있어요. 창작자들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주는 책이에요. 물론 그게 정답은 아니지만요. 작업할 때 많은 도움이 되더라고요. 옆에 굉장히 든든한 선생님이 있는 느낌이랄까요? 올해 초에 읽었었는데, 이번에 정규앨범을 준비하면서 다시 꺼내 읽고 있어요. 심적으로 의지가 되는 책이에요.
책 말고도, 작업 외 시간이 날 때는 어떤 활동을 하세요?
일주일에 두 번은 꼭 러닝을 하려고 해요. 헬스장도 자주 가고요. 운동을 하면, 잡생각도 없어지고 집중도 잘하게 되어서 시간 내서 운동은 꼭 하려고 해요. 그리고 집에 있을 때는 '하루에 한 끼는 꼭 직접 요리해서 먹자'라는 생각으로 요리도 자주 하고요.
잘하는 요리는 뭐예요?
통밀 파스타를 굉장히 자주 만들어 먹어요. 그리고 제가 청국장을 정말 잘 끓여요. 야채 듬뿍 넣어서 만들어 먹어요. 제가 만든 청국장 정말 맛있어요.
다가오는 22일에 RYE의 첫 공연을 앞두고 있죠. 기대되어요.
공연을 재미있게 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미성년자인 분들께는 아쉽지만, 술 한 잔씩 마시면서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분위기로요. 커버 곡도 준비하고 있고, Cott으로 발매한 곡도 준비하고 있어요. RYE의 미공개 곡도 준비 중이고요.
Poclanos Stage #10 RYE / 2024.11.22
저희가 인터뷰하고 있는 장소가 작업실이에요. 작업실엔 일주일에 몇 번 정도 오세요?
거의 매일 와요.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 한 잔 내려 마시고, 보통 1~2시쯤 작업실에 나와요. 나와 있으면, 같이 작업실을 사용하는 친구들이 천천히 출근하고요.
YOUTH DOCENE 홈페이지도 직접 만드셨다고요. 어떻게 꾸려가고 싶으세요?
활발하게 활용하고 싶어요. 발매된 앨범들을 기록하기도 하고, 발매되기 전의 데모 트랙들을 이곳에서 공개하기도 하고요. 또는 앨범 발매일이 다가올 때 스포를 하거나, 미공개 사진들을 보여 드리고 싶기도 해요.
오랜 시간 내어주셔서 감사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 있으세요?
앞으로 펼쳐질 저의 이야기와 음악, 행보를 잘 지켜봐 주시고,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가끔 생각나서 제 음악을 플레이하면 좋은 시절과 순간이 떠오르길 바라며, 더 좋은 음악으로 이른 시일 내 뵈어요.